영화를 보다가 보면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몸의 흉터에 대해서 전쟁이 남긴 훈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있다. 어려서는 항상 남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고 내가 남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기보다는 내가 남에게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. 따라서 삶의 흉터라기 보다는 삶이 주는 상처와 고통이 더 크다.
하지만 청소년 때부터는 조금은 다르다. 같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자살한 학생이라도 생기게 되면 그 학생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었던 이들에게 있어서 그 사건은 마음의 흉터처럼 남게 된다.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했다 이혼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도 이혼이라는 경험은 삶의 흉터처럼 남는다.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어떤 형태로던 언젠가 어색하게 홀로 된 처지라고 말하게 된다. 재혼을 하는 경우도 초혼이 아니고 재혼이라는 것이 흉터처럼 따라다닌다. 마치 팔의 보기 흉한 흉터 때문에 항상 긴옷을 입은 이들도 혼자서 씻게 될 때 그 흉터를 보게 되는 것처럼.
이제 직장에 들어가게 되면 그 다음에는 사회생활과 관계되어서도 흉터가 생기게 된다.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100% 올바르게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게 된다. 때때로 내 본의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부정한 일에 개입하게 될 때도 있다. 그런 것들이 마음의 흉터가 된다. 증권회사 직원이라면 자신의 권유로 가입한 상품 때문에 큰 손해를 본 고객들의 불평과 불만은 큰 상처가 된다.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친구를 다단계에 가입시킨 이는, 친구가 대학등록금을 모두 날린 것을 보면서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. 항상 친구 사기친 놈이라는 악명이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만 같을 것이다.
여자가 전남편이 횡패를 부린다고 신고를 해서 그냥 타일르고 말았는데, 나중에 그 전남편이 여자를 죽였다면 그 경찰관에게는 그 사건이 큰 상처일 것이다. 자신은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는 의뢰인을 신뢰하지 못했던 변호사는 나중에 그 사건의 진범이 잡히게 된다면, 그 일은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흉터로 남을 것이다.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수술을 하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환자가 사망하게 되면 의사에게 있어서 그 사건은 큰 마음의 흉터가 될 것이다.
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완벽하게 행복한 삶이 있을 것만 같았다. 어른이 되면 어리다고 당하는 불이익이 모두 없어질 것만 같았다. 어른이 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. 나도 아빠, 엄마 처럼 크게 되면 아빠, 엄마가 더 이상 야단을 치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. 아빠, 엄마, 선생님의 야단만 없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. 하지만 살다보면 모든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절대로 지워지지 못할 흉터를 몇 개쯤은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. 그리고 흉터가 아물만 하면 또 새로운 일로 다시 흉터가 생기게 된다. 그것이 인생인가 보다.
최명기(Duke MBA/정신과 전문의/부여다사랑병원장/경희대학교 겸임교수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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